수도권 보수화의 실체


                                        김형준 / 명지대 교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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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총선이 한나라당의 ‘턱걸이 과반‘ 승리로 막을 내렸다.

그런데 수도권에서는 한나라당이 전체 의석 111곳 가운데 81곳(73.0%)을 석권하면서 압승했다.

한나라당의 이같은 압승을 ‘수도권의 보수화’와 연관시키는 해석이 있다. 유권자들이 대선에 이어 무능한 진보를 버리고 실용보수를 선택했다는 것이 요체다.

늘어난 중도가 보수 선택한 것

하지만 유권자의 이념 성향을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면 이러한 해석은 오류임이 발견된다. 총선 직전 각종 언론매체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이념 지형은 보수가 아니라 오히려 중도가 강화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과거에는 진보 40%, 중도 20%, 보수 40%의 ‘쌍봉형 이념 지도’가 지배했다면 최근에는 진보 30%, 중도 40%, 보수 30%의 ‘단봉형 이념지도’가 만들어졌다.

따라서 지난 대선에 이어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수도권에서 압승한 것은 유권자가 보수화가 되어서가 아니라 중도가 보수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진보를 대변하는 정동영, 문국현, 권영길 후보가 수도권에서 얻은 득표율은 33.5%인 반면, 보수를 대표하는 이명박과 이회창 후보가 얻은 득표율은 64.7%였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 창조한국당, 민노당, 진보신당이수도권에서 얻은 비례대표 정당 투표 득표율은 39.1%였고, 한나라당, 자유선진당, 친박연대가 얻은 득표율은 55.6%였다. 분명 30%대의 진보는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다만, 중도가 개혁 지향의 진보보다 성장 지향의 보수를 선택하는 경향은 변화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중도는 왜 보수를 선택하는 것일까?

진보가 균형, 분배, 투명, 책임 등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에 대한 방향성의 우월성만 믿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을 개발하지 못해 국민들로부터 멀어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추상적인 담론에만 치중하면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업적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도 큰 실책이었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수도권에 출마한 많은 민주당 후보들이 표만을 의식해 뉴타운 개발 지지 등 한나라당 정책을 그대로 따라하면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스스로 무너뜨린 것은 큰 실수였다. 한나라당의 수도권 압승을 가져다 준 또 다른 요인은 진보층의 침묵이었다.

유권자는 선거 관심도와 투표 여부라는 두 변수를 기준으로 크게 4가지 유형으로 분류될 수 있다. 선거에 무관심하고 투표에도 참여하지 않는 ‘정치 무관심형’, 선거에는 무관심하지만 투표에는 참여하는 ‘시민 의무형’, 선거에는 관심이 있지만 투표에는 참여하지 않는 ‘냉소적 기피형’, 선거에 관심이 있고 투표에도 참여하는 ‘능동적 참여형’이다.

진보 정체성 찾고 실천력 필요

2007년 대선에서 이들 유형이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10.0%, 11.0%, 11.0%, 67.7%였다. 그런데 2007년 대선에서 진보층의 경우, ‘냉소적 기피형’이 차지하는 비율이 14.8%로 중도(11.5%)와 보수(8.2%)보다 훨씬 높았다. 이러한 진보층의 침묵이 이번 총선에서도 재연되어 수도권 초경합 지역의 승패를 갈랐다고 본다.

이제 위기를 맞고 있는 진보가 나아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 분명해졌다. 무엇보다 국민의 가슴에 불을 지르며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쏠 수 있는 제3의 길을 걸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진보의 정체성을 강화하면서도 보수의 가치를 무조건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진보의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 핵심에 민생 문제가 자리잡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경향신문 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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