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드 비판하던 한나라당이 공기업 코드 인사 단행 -


최 동 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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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총선 이후 공기업 임원진 사퇴가 줄을 잇고 있다. 총선 전에 이전 정권 사람들은 물러나라고 했다가 이에 대해 비판이 일자 잠잠하더니, 총선 끝나자마자 바로 전격적으로 몰아치고 있다.


2.

한나라당은 지난 10년 내내 공기업 임원진 임명 때마다 코드 인사라며 엄청나게 공격 했다. 공기업을 운영할 전문성도 없이 정권에 기여한 사람만 임명하기 때문에 공기업의 효율성과 독립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었다.


3.

그러던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고나니 정권과 코드가 맞지 않는 사람들은 물러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화장실 갈 때와 올 때 마음이 다르다더니, 너무 속 보이는 짓이다. 기존 정권 때는 코드 인사를 반대하다가 이제는 코드 인사 해야겠다고 자리를 비우라고 하다니, 국민을 우롱하는 정도가 지나치다.


4.

지난 민주화 정권에서 공기업 임원 임명의 기본 원칙은 독립성 및 전문성 강화였다. 정권으로부터 독립된 인사위원회 등 별도의 인사 기구를 거쳐 임명 과정에서의 독립성을 강화했을 뿐만 아니라, 임기를 보장함으로써 임기 도중 정권으로부터의 독립성도 보장하고자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군사정권 시절 하위급 직원 말고는 전 간부가 퇴역 장교들이던 웃지 못할 공기업의 슬픈 모습은 이제 옛말이 되었다.
 

이처럼 공기업 임원 임명은 독립성을 추구하면서 발전되어왔는데, 이제 와서 정권 마음대로 임명하겠으니 임기 보장 등 법적 규정도 무시하고 당장 나가라는 주장은, 10여년전 군사정권 수준으로 되돌리자는 무지막지한 주장이다.  


5.

이전 사람 물러나라고 현정부가 하도 몰아치니 마치 엄청나게 많은 정치권 인사들이 공기업에 나가 있는 것처럼 오해할 수도 있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간에도 정치권 보다는 공무원이 많이 임명되었다. 정치권에서 보내면 하도 코드 인사라고 난리를 치니 정치권 보다는 공무원이 많이 임명된 것이다.


그런데 정치권이든 공무원이든, 기업인이든, 공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전부 외부인이고 낙하산 인사이다. 정치권 출신 인사의 업무 실적이 기업인이나 공무원 보다 별로 떨어지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지난 10년간 여권 정치권만을 반대하던 언론의 분위기는 사실 기득권 보수세력의 저항이 포함되어 있던 것이다.


6.

현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방침도 문제가 많다. 공기업은 독점성이 강하거나 공공성이 강해서 민영화 하기 어려운 사업 부문이 많다. 물론 독점성이 강하기 때문에 민간기업에서는 더욱 참여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 그래서 공기업의 민영화 논리를 확대 전파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사회 구성원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민영화가 경우에 따라서는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아울러 공기업에 대한 평가를 경영평가 중심으로 하는 최근의 경향도, 공기업을 효율성만으로 따지는 민영화 논리와 본질이 같은데, 이것 역시 잘못된 경향이다. 공기업을 수익성, 경영성 만으로 평가하면 결국 독점성 강한 공기업에게 돈벌이 하라고 강요하는 것밖에 안된다. 이는 당연히 사회적 형평성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예컨대 산업 관련 안전진단기관의 수익성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진단 수수료를 인상하는 것인데, 안전진단이라는 공익 사업을 수행하면서 수수료를 인상하는 것은 국가가 해야할 당연한 의무를 하면서 비용은 개인에게 떠넘기는, 즉 국가의 의무를 포기하는 방식이다.

지하철도 마찬가지이다. 요금 인상하면 수익성은 올라가지만, 그런 방향은 당연히 제공해야하는 공공기관의 서비스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서민의 호주머니를 터는 행위인 것이다.


7.

이전에는 코드 인사를 비판하다가 이제는 코드 인사하겠다고 뻔뻔하게 얘기하는 한나라당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이에 대한 비판도 별로 없다는 것이다. 한 술 더 떠 주요 보수언론은 현정부의 코드 인사를 적극 옹호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이후 보수세력의 팽창이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 힘 쏠림 현상이 지나칠 정도이다. 견제와 균형이 상실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결국 우리사회의 민주화를 후퇴시키는 것은 아닌지, 이러다가 폭압적 통치가 되살아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이런 걱정이 기우가 아니라, 현실화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자꾸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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