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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난 민심" 수습을 위한 지혜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

이명박 정부가 출범 100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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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2
년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민주당 출신 루즈벨트는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큰 정부를 주창하며 100일 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하원에 특별 회기를 요청해 뉴딜 정책의 근간이 되었던 14개 법안을 통과시켰다. 결과적으로 국민들로부터 신뢰받고 축복받는 100일을 보냈다. 그 이후 언론에서는 새 대통령이 출범하면 100일을 기점으로 국정운영을 평가하는 전통이 수립되었다.


이명박정부의 100일은 과연 어떤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지지도가 20%대로 급락한 이명박정부에 대한 평가는 참담하다 못해 측은하기까지 하다. 취임하자마자 레임덕에 걸렸다는 뜻의얼리 덕’(early duck)이라는 조롱을 받고 있고 갈수록 노무현 전대통령을 닮아간다는노명박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대통령 영문이니셜 MB을 빗대어 국민 의식은기가바이트를 달리는데 국민을 감싸는 대통령의 용량은 2메가바이트(2MB)밖에 안 된다고 비아냥거리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

CEO 인식 프레임에 갇혀 있는 대통령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 원인을 크게 구조론과 자질론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구조론의 핵심은 대통령이 통제할 수 없는 외생적 변수가 위기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대선과 총선이 맞물려 있는 특수한 정치 환경으로 출범 직후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낼 개혁을 주도하지 못한 것이 패착이었다. 여기에 서브 프라임 모기지로 시작된 미국 경기 침체와 걷잡을 수 없이 치솟는 고유가로 인한 물가 상승이 현 정부의 목을 죄고 있다. 더욱이 한나라당 내에 최초로 친박이라는 실체가 있는 비주류가 존재하게 된 것도 큰 짐이 되었다.
하지만 현재 가속화되고 있는 민심이반의 상황을 냉철하게 직시하면 구조론보다는 자질론이 더욱 힘을 받는다. 국민들은 노무현 정부의 국정운영 실패를 심판하는회고적 투표보다는 이 후보의 능력을 보고 미래에 투자하는전망적 투표에 더 많은 비중을 두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인사 파동, 공천 파동, 쇠고기 파동 등 ‘3각 파도를 맞으면서 국정운영 능력을 의심받기 시작했다.


게다가 미국과의 협상에서 무너져내린 국민의 자긍심을 치유하기 위한 국민과의 의사소통 기술에서도 미숙함을 드러냈다. 대통령의 최대 장점으로 인식되었던 CEO 리더십도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CEO 리더십은 성과와 결과에만 치중한 나머지 정치의 본질인 과정과 절차를 무시하고 있다는 비난이 쇄도했다.


한마디로, 대통령이탈여의도 정치를 내세우며 정치를 혐오하고 부정하며 모든 것을 기능적으로만 접근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정치 자체가 실종되었다. 효율성과 원칙의 시각에서 보면 정치는 비효율적이고 야합으로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정치에서는 효율성과 원칙 못지않게 상대방의 존재와 기능을 인정하는 관용과 소통이 중요하다. 여하튼 대통령이 ‘CEO 인식 프레임에 갇혀 있어 정치의 본질을 재대로 인지하지 못해 위기를 자초했다는 것이 자질론의 핵심이다.



낙관론과 과신론부터 버려야 산다

이제 이명박정부가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회복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분명해졌다. 무엇보다 일만 열심히 하면 결국 국민이 알아줄 것이라는 낙관론과 지금은 힘들지만 언제가는 승리할 것이라는 과신론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뿔나고 성난 민심을 달래고 수습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버림의 미학이다.
무엇을 얻을지 고민할 것이 아니라 무엇을 버릴지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뜻이다. “버려야 다시 채울 수 있고, 버려야만 살 수 있다는 것이 만고의 진리이기 때문이다.(내일신문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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