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도 명박산성 쌓나?


                                                    민경배 | 경희사이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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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규제정책 마구 쏱아져나와


이미 몇 해 전부터 포털뉴스와 네티즌 여론 등에 대한 다양한 문제제기와 사회적 논란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명박 정부는 작년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인수위를 거쳐 출범 100일이 다가올 때까지 이에 대한 눈에 띄는 공약이나 변변한 정책을 전혀 내놓지 않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도무지 인터넷에는 영 관심이 없던 대통령이었다. 그나마 딱 하나 있다면 지난 대선 당시 한나라당 중앙선대위에서 뉴미디어팀장을 맡고 있던 진성호 의원의 '네이버 평정' 발언이었다.

그러던 이명박 정부가 갑자기 포털뉴스와 인터넷 여론 관련 정책들을 마구 쏟아내기 시작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를 비롯하여 경찰, 검찰, 한나라당에 이르기까지 흡사 무슨 경진대회라도 연 듯 숨 가쁘게 이런 저런 정책들이 발표되고 있다. 갑자기 인터넷에 관심이 많아진 모양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들이 촛불시위 정국과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나오는 정책들이란 것이 하나 같이 인터넷 규제 방안들이란 점이다. 확실히 정부 여당 내에 경진 대회가 열린 것이 분명한 모양이다. 대회명은 “누가 더 강력한 인터넷 여론 통제 방안을 내놓을 것인가?” 네이버만으론 성에 안차 아예 인터넷 전체를 평정하려는 모양이다. 하기야 다음 아고라 때문에 차칭 네이버를 평정했다는 공이 수포로 돌아갔으니 그럴 만도 하겠다.

인터넷 규제의 신호탄은 지난 6월 17일 서울에서 열린 OECD 장관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쐈다. “인터넷의 힘은 신뢰가 담보되지 않으면 약이 아닌 독이 될 수도 있다”라고. 촛불시위 정국과 맞물려 현재 인터넷에 일고 있는 네티즌 여론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 자신의 인식을 솔직하게 드러낸 발언이라 하겠다.

지금껏 인터넷에 분출하고 있는 국민 여론을 대통령 자신은 신뢰하지 않는다고 국제무대에 공식적으로 발표한 셈이 되어 버렸다. 충고하자면 이명박 대통령은 인터넷 공간의 신뢰를 걱정할게 아니라 국민들로부터 잃어버린 자신의 신뢰부터 걱정하는 게 좋을 듯싶다. 설령 청와대 대변인의 해명처럼 정치적 의도가 전혀 없는 순수한 발언이었다 해도 신뢰가 규제를 통해 형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인터넷 여론 규제방안으로 나온 첫 번째 카드는 한나라당이 구상한 ‘여론민감도 체크 프로그램’, 일명 ‘인터넷 사이드카’라는 것이다. 포털 사이트내의 카페나 블로그, 방송 언론 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의 조회 수와 댓글 수, 시간대 등을 분석해서 네티즌 여론을 파악하고, 이를 신속하게 수렴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설명이다.
 
그럼 지금까지는 여론민감도 체크 프로그램이 없어서 인터넷 여론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있었다는 말인가? 여론민감도 체크 프로그램은 인터넷 여론을 마치 댐에서 수문 관제하듯이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해서 관리하겠다는 발상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여지껏 한나라당이 인터넷 게시판에 대해 취해왔던 모습들을 비추어 볼 때, 만약 이 시스템을 통해 특정 사이트에 정부 입장에 반하는 의견들이 몰리는 것을 감지한다면 그 다음에 나올 수순이 무엇일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해당 사이트 운영 업체에게 압력을 가하거나, 속칭 알바를 풀어 다른 의견을 대량으로 올리게 만들어 물 타기 작전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 시스템은 인터넷 여론에 대한 통제와 조작 수단으로 사용될 것이다. 한나라당은 인터넷 여론 수용의 관건은 신속한 대응이라는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열린 자세와 겸허한 태도에 달려있음을 먼저 깨달아야 할 것이다. 네티즌들의 여론 속으로 들어가서 그들과 수평적으로 소통을 나누는 것이 가장 현명하고 효과적인 여론 대응 방안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인터넷 실명제 확대 강화 정책 내놨다. 애초에 실명제 도입의 표면적인 취지는 악성 게시물의 폐해를 막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명제가 악성 게시물 근절에 별 효과가 없음은 이미 경험적으로 입증됐다. 지난해부터 30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국내 주요 사이트에는 실명제가 적용되고 있지만 악성 게시물이 줄지 않고 있다.

애초에 익명성이 악성 게시글의 원인이라는 전제조건을 지금껏 단 한 번도 실증적으로 검증해 보지도 않고 무턱대고 실명제를 도입했던 것부터가 잘못이었다. 실명제를 강화한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질 가능성은 전혀 없으며 오히려 개인정보 유출 등 다른 부작용만 커질 것이 뻔하다. 뿐만 아니라 방송통신위원회의 일관성 없는 정책이 네티즌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지난번 옥션 등에서 개인정보 대량 유출사고가 터졌을 때 방송통신위원회는 앞으로 포털 등 인터넷 사이트의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제한하고 대체수단으로 아이핀(I-PIN) 도입을 의무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엔 또 주민번호의 사용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는 실명제를 확대하겠다고 한다. 같은 기관에서 불과 한 달 사이에 나온 정책이 이렇게 상충하고 있다. 충분한 검토 없이 상황에 따라 즉흥적으로 쏟아내는 정책이 정부의 인터넷에 대한 몰이해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경찰도 인터넷 규제 정책 마련에 적극 가세했다. ‘인터넷 분석 및 대응팀’을 별도로 구성하겠다고 한다. 이번 촛불 시위에서 ‘여대생 사망설’ ‘여대생 구타 동영상’ 등이 유포되면서 경찰을 비난하는 여론이 높아진 것이 계기로 작용한 모양이다.

경찰이 명목상으로 내세운 이유는 잘못된 정보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 공간에 대한 경찰 본연의 임무는 어디까지나 사이버 범죄의 수사와 예방이어야 한다. 인터넷 여론에 대한 사찰까지 떠맡겠다고 나섬으로써 경찰은 결국 인터넷 여론을 통치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는 속내를 드러내고야 말았다.

그리고 이런 경찰의 모습에서 시민들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공안정국의 음습한 분위기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인터넷 여론을 통치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 한 경찰의 ‘인터넷 분석 및 대응팀’은 잘못된 정보의 차단보다는 정부에 불리한 정보나 여론의 차단을 위한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

조중동 보수 언론에 대한 시민들의 광고 불매 운동이 확산되자 이번엔 검찰이 조중동의 든든한 지원군을 자임하고 나섰다. 법무부 장관이 네티즌들을 직접 겨냥해 조중동 광고 불매 소비자 운동에 대해 전면 수사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그리고 며칠 후 서울중앙지검은 신문광고 중단 압박 사건에 대한 전담 수사팀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여기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포털 등에 올려진 네티즌들의 광고불매 게시물에 대해 언론사에 대해 ‘명예훼손’ 및 기업들에 대한 ‘업무방해’ 혐의를 들어 삭제 시정 요구를 결정하였다. 또한 광고 불매 압박을 받는 보수 언론은 소비자학 학자들까지 동원해 “특정 신문에 대한 불매운동은 정당한 소비자 운동이지만 광고주를 압박하는 것은 정당한 소비자 운동이 아니다”라는 멘트까지 따내 보도했다.

하지만 인천대 신문방송학과 전영우 교수는 광고 불매 운동은 미국 등에서 일상적인 소비자 운동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한다. 일례로 미국 내 소수민족 그룹에서는 "미시간데일리"가 소수민족을 부정적으로 묘사했다는 이유로 이 신문의 광고주에게 광고를 싣지 말도록 압박하고, 구독 취소 및 인터뷰 거부 운동을 전개한 바 있다.

또 친 공화당 성향인 폭스 방송국이 편파적인 방송을 하자 뉴햄프셔 주민들이 폭스방송국의 최대 광고주인 베스트바이와 P&G에 광고 중단을 요구하는 항의 메일과 항의 전화 운동을 조직적으로 펼친 일도 있었다. 게다가 이런 행동을 펼치는 소비자에 대해 언론사가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협박하고, 검찰이 전담팀을 구성해 수사에 나섰다는 소리는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지금 정부가 생각하는 인터넷 여론 대응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여론 통제이고, 또 하나는 홍보 강화이다. 권위주의 시절, 아날로그 미디어 환경에나 통했던 낡은 방식이다. 인터넷 여론 대응에서 가장 절실히 필요한 것은 이렇게 온라인에도 명박산성을 쌓으려는 시도가 아니라 시민들과 열린 자세로 수평적 소통을 나누겠다는 의지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시사IN 제43호, 200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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