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부를 믿고 싶지만 국민은 피곤하다
- Posted at 2008/09/10 10:34
- Filed under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부의 말을 믿기 위해서는 무한한 상상력 인내심이 필요
신문과 방송에서 날마다 팍팍해지는 서민살림을 이야기하고, 제2의 금융위기설이 나도는 지금처럼 ‘경제만큼은 자신 있다’는 현 정부의 말을 믿고 싶었던 적이 없다.
그러나 지난 몇 개월을 반추해 보건데 MB정부의 말을 믿기 위해서는 일반화된 상식을 뛰어넘는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어야만 한다. 그리고 그 위에 무한한 상상력과 인내심도 함께 말이다.
상식적으로 대부분의 선진국들과 옆 나라 일본에서 가지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규정보다 한국의 수입조건이 심할 정도로 차이나는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학조사의 표본수증가가 신뢰구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고 또, ‘다우너소’라고 다 광우병은 아니라는 것까지 이해하고 있어야만 정부의 무책임한 협상을 믿을 수 있다.
쇠고기 협상을 양보하면 한국의 국제경쟁력에 도움이 되고 한미동맹이 강화된다는 보수언론들의 찬조연설 또한, 상상력을 무한히 발휘해야만 겨우 조금 이해가능하다.
자신들이 수백 번 약속하고 멋진 카피로 만든 ‘747공약’이 취임 일 년도 안돼서 공염불이 된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국제 상품가격의 인상과 미국발 모기지 사태의 심각성을 다 공부해서 대외환경에 우리경제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이해해야만, 그냥 미사여구로 국민을 속인 것이 아니라 상황에 어쩔 수 없었다는 정부의 말을 신뢰할 수 있다.
이제 이러한 상상력을 극대로 발휘할 때가 되었다.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OECD국가의 평균보다 훨씬 낮아
우리 국민들이 상식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과 배경부터가 다르다.
강만수 장관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감세의 배경은, 지난 10년간 사회복지재정지출의 증가로 인해 과도해진 세금부담이 소비, 투자의 부진 등 민간경제의 활력을 저해한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소득세, 양도세, 상속세, 법인세를 전방위로 인하해 저세율, 정상과세체계를 만들어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세금 때문에 투자 안하고 이민 가는 것을 막고자 한단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조세부담율은 OECD국가의 평균보다 훨씬 낮다. 그나마 사회보장기여금을 포함하면 OECD 조세부담률 평균과의 격차는 더욱 커진다. 이런 상황에서 상식적으로 세율을 낮추면 우리나라 재정이 더욱 비정상이 될 것은 자명하다. ‘세금 때문에 투자를 안하고 이민을 간다는’ 주장도 보수언론의 소설 같은 이야기 외에 어떠한 합리적 근거가 없지만 일단 믿어보자. 이외에도 믿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 많을 것이니.
이번 감세안의 핵심 중 정부가 가장 먼저 꼽은 것은 중․저소득층 민생안정 및 소비기반 확충 지원 이다. 우선 중.저소득층에 대한 개념부터가 다르다. 강장관은 국회답변을 통해 중산층을 과표기준 8,800만원 정도로 정의해 주었다. 연소득 대략 1억원 정도이다. 국세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 근로자의 0.4%만이 이 과표 기준을 상회한다. 즉, 소득상위 1%도 다 중산층이라는 것이다. 자신들이 배포한 보도 자료에 중산층 비율을 66.3%로 적어놓고도 그렇단다.
그러나 우리나라 도시가계의 평균소득은 월 340만원 정도로 연간 4,000만원 수준이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평균적으로 연간 50만원 정도의 감세혜택이 돌아간다. 연간 150만원의 의료비, 400만원의 교육비에 시달리는 중산층들이 감세로 인해 교육과 보건의 사회보장이 축소될 상황에서 연간 50만원으로 소비기반이 확충될 것이라는 말을 믿으려면, 지나치게 무한한 이해심이 필요하다.
눈에 보이는 커다란 혜택이 돌아가는 극소수의 부자들을 두고 굳이 중, 저소득층을 제일먼저 들먹이는 그 깊은 속내는 접어두자.
일부 후진국을 제외하면 법인세율과 성장은 상관관계가 없어
또 하나 핵심적인 사항은 불합리하다는 조세체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양도세, 상속세, 종부세의 기존 세제가 불합리했다는 정부의 말을 믿어야 한다. 근거는 없다. 기획재정부는 그 불합리성의 개선사례를 친절히 예시까지 들어서 설명해 주었다.
2억짜리 집이 10억이 될 때 세금 5,000만원이 불합리하여 100만원으로 줄여야 한다는 말에, 15억원 짜리 집을 상속할 때 세금 9000만이 불합리하여 0원으로 만들어야만 합리적이라는 정부의 말을 믿어야 한다. 좀 피곤하지만 ‘불합리의 근거’는 스스로들 찾아야 한다.
그리고 이런 식의 무자비한 감세가 재정 건전성을 훼손하지 않고 일자리 창출로 돌아온다는 말까지 믿어야 한다. 대규모의 감세가 장기적인 성장 동력이 된다는 검증되지 않은 이론을 들이대는 정부를 믿으려면, 일부 후진국을 제외하면 법인세율과 성장은 상관관계가 없다는 상식적 근거도 팽개쳐야 한다. 그저 정부의 감을 믿어야 한다.
MB정부의 인식은 국민이 상식선에서 한 번에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어렵다. 상상력을 발휘하든지 인내심을 갖던지, 보수언론에서 악착같이 구해주는 이해하기 어려운 근거들을 찾아보아야 한다.
국민노릇하기 피곤하다. 이제 좀 놓아 주시라...
그리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면 안될까 싶다.
그냥 MB정부는 자신들을 마음깊이 지지해주는 사람들, 즉 상속세를 내는 대한민국 최상위 0.7% 계층의 ‘한 푼 훼손 없는 부의 대물림’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또 종부세를 내는 33만가구와 6억 이상의 집을 가진 상위 4.0% 가구들의 아까운 세금을 중산층과 서민들의 사회복지에 쓰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므로 ‘반대’한다고 말이다.
그러니 중산층 소득 ‘1억’에도 못 미치는 서민들은 정부에 기대지 말고 자기 살길 알아서들 찾으라고 말이다.
이해가 쏙쏙 되지 않는가 말이다.
김철신|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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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저도 많이 피곤합니다.(웃더도 되나요?)^^-
어제 TV토론도 있었지만 공개적인 토론이 자주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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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사 잘 보고 갑니다. 또 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