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보이는 하지만 엉성한 소라넷 트위터 차단
- Posted at 2009/07/15 09:23
- Filed under IT 과학
외국 서비스인 '트위터'를 대상으로 본인확인제 도입을 검토하겠노라며 대책없는 기염을 토했던 방송통신위원회가 막상 내뱉은 말을 실현한 뾰족한 방안이 없어 난감해 하던 차에 기가 막힌 묘책을 하나 찾아냈다. 바로 특정 트위터 계정으로의 접속 차단 조치이다.
외국 서버에 있는 웹페이지를 강제 삭제할 권리가 없으니, 대신 국내 네티즌들의 접속을 막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기왕에 트위터 손 한 번 봐주겠다고 공언한 마당에, 이렇게 다른 방법을 써서라도 기어코 손 봐서 체면을 세우겠다는 심산인듯 싶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체면치레를 위한 첫 번재 희생양으로는 그 유명한 전설의 성인 사이트 '소라넷'의 트위터 계정이 채택되었다. 인터넷 강제 규제 조치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항상 성인 사이트를 제일 먼저 단속하던 10년 묵은 고전적 수법이 다시 등장한 것이다. 규제의 검은 마수가 윤리라는 미명 하에 정의의 사도로 변신하는 놀라운 마법이다.
물론 일이 여기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앞으로 다른 성격의 트위트 계정에까지 규제의 마수가 뻗치리란 것 역시 지금까지의 전례로 미루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일단은 특정 연예인에 대한 험담이나 루머가 올라온 트위터 계정이 차단 조치될 것이고, 그 다음엔 정치 현안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트위터를 통해 유포되는 것을 차단하는 예정된 수순으로 갈 것이 분명하다. 그야말로 속이 빤이 내다보이는 일이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윤리라는 미명 하에 행해진 이런 엉성한 차단 전략이 오히려 세간에 잊혀졌던 '소라넷'을 홍보해 주는 지극히 비윤리적인 역효과를 초래했다. 이번 조치로 국내 트위터 이용자들에게 소라넷의 트위터 계정이 만들어져 있음이 널리 알려졌을 뿐 아니라, 차단된 계정 주소에 스펠링 하나만 추가하면(자세한 방법까지 굳이 알려드리지는 않겠다) 다른 경로를 통해 이 곳에 접속할 수 있다는 사실까지 암암리에 알려졌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번 조치가 더더욱 엉성한 것은 "차단이 접속은 막아도 전송은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간과했다는 점이다. 설령 우회 경로까지 막힌다해도 그 전에 소라넷 트위터 계정을 팔로잉 해두면 이후에도 자신의 트위트 계정에서 소라넷에 새로 올라온 글을 구독할 수 있다. 또 소라넷을 팔로잉하는 누군가가 작정하고 여기 올라오는 글들을 계속 리트윗(RT) 해준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메시지가 확산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이를 알고 있는 많은 트위터 유저들이 소라넷을 팔로잉하는 바람에, 느닷없이 소라넷 팔로우 숫자가 급작스럽게 늘어났다. 이래저래 방송통신위원회가 소라넷 트위터의 홍보 에이전시 역할만 해준 꼴이 되고 말았다.
이란과 위구르에서 트위터는 인터넷을 비롯한 모든 언론 매체가 정부의 강력한 통제를 받는 상황에서도 시민들의 마이크로 미디어로서 경이로운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런 트위터와 한국 정부의 공식적인 첫 만남이 다름아닌 접속 차단이라는 형태로 이루어졌다는 것은 참으로 유감스럽고 또 부끄러운 일이다. 이 정부는 광화문에서나 유효했던 명박산성이 트위터라는 글로벌 서비스에서도 똑같이 유효하리라 생각하는 것인지 정말로 궁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