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 그 느리고 느린 삶의 도시


박금자 | 문학박사·뉴시스 편집위원실장
 


꼭 가보고 싶은 도시

오늘 한국인의 눈으로 보아도 피렌체는 ‘꼭 가보고 싶은 도시’로서의 요소를 갖추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중세 미술품과 건축물을 가지고 있고, 도심은 500~600년 전의 중세도시 모습이다. 또, 음식들이 맛있다.

피렌체가 속한 토스카나 지방은 기후와 풍광이 좋아 과일, 야채, 포도, 소고기가 풍성하며 신선하다. 더구나 피렌체는 풍부한 쇼핑거리까지 갖추고 있다. 가죽, 금은보석, 린넨, 나무가구 등의 전통제품과 페라가모, 구찌 같은 패션명가들의 현대상품들이 나란히 있다.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기 보다는 한 곳에 머무는 여행, 많이 보기 보다는 깊게 보기가 더 나은 여행방식이라고 여기면서 최근 약 40일 동안 피렌체 한 곳에서 머무는 여행을 했다. 

미켈란젤로의 ‘다비드’가 있는 도시

이탈리아의 도시 피렌체는 주민 수보다 관광객 수가 많아 보인다. 인구 36만 명의 도시에 매일 2만 명의 관광객들이 들어오니 그렇게 보인다. 르네상스 문화의 탄생지였던 이 도시는 수많은 문화유산을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피렌체 도시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은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티티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인데 피렌체에선 이들 걸작들도 스치듯 보게 된다.

우피치 박물관, 아카데미아 미술관, 바르젤로 미술관, 팔라조 피티와 같은 4대 유명 미술관 외에도 수십 개의 미술관이 더 있고 그들 미술관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또 다른 걸작들이 들어 차 있어 그 어떤 걸작도 스치듯 보게 된다.
 

꽃의 도시

피렌체의 별명은 ‘꽃의 도시’이다. 아르노 강이 도시 한쪽을 흐르고 부드러운 곡선의 낮은 언덕들이 도시를 감싸는 피렌체는 5월에 꽃이 피듯, 중세와 르네상스기에 문화를 활짝 피워내, ‘번영’을 뜻하는 라틴어 ‘플로렌티아’(Florentia)에서 나온 ‘피렌체’라는 도시 이름이 더없이 어울린다. 

140여개 성당과 광장의 도시

피렌체에는 13세기에 탁발수도회가 짓기 시작했다는 성당들을 구심점으로 태어난 140여 개 이상의 광장이 있다.

도시 중심부 두오모 성당 앞의 광장은 두오모 광장, 도시 서쪽의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 앞의 광장은 산타 마리아 노벨라 광장 식으로, 근처 성당의 이름을 붙인 광장들은 복합단지로 기능한다.

근처에 성당, 정원, 병원 등을 아우르고 있어 시민들의 기도와 휴식과 일상이 광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물론 도시의 랜드마크 역할은 키 큰 성당들이 한다.

그 모든 성당들 중에서 가장 유명한 성당은 색색의 대리석과 정교하기 이를 데 없는 조각품과 둥근 돔으로 된 두오모 성당(원래 이름은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이다. 그러나 피렌체에는 산마르코 수도원이며 산미니아토 성당처럼 조용한 성당들도 여럿 있다.
 

돌의 도시

피렌체는 도보로 도시 전체를 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작은 곳이다. 자동차 타고 달리는 현대도시가 아니라, 걸어 다니던 중세에 만들어진 도시이니 당연하다. 오늘날 피렌체를 여행하는 매력은 바로 피렌체가 작은 중세도시 그대로의 모습을 가지고 있어, 볼 것도 많고 또 어디든 걸어서 갈 수 있다는 데 있다 .

조깅을 아무리 좋아하는 여행객도 피렌체에서는 조깅을 하기 어렵다 . 성당과 대저택들도 다 돌로 되어 있지만 도심 안의 도로도 다 돌로 되어 있다.

스타일의 합(合)의 도시

‘피렌체’ 하면 ‘스타일’이 떠오른다고 말한 작가가 있다. 그는 과거, 오늘을 통틀어 피렌체야말로 스타일의 도시라고 규정했다. 피렌체의 한 특성을 잘도 집어냈음을 실감한 적이 많다.

르네상스 시대의 건축물이 가득하기 때문에 피렌체는 도시 자체가 스타일을 보여준다. 사람들도 건축물의 도시에서 태어난 사람들답게 멋지게 차려입을 줄 안다. 가게들은 이틀이 멀다 하고 디스플레이를 바꾸는데 디스플레이 솜씨들이 일품이다. 작은 옷 가게도 회색과 보라색을 절묘하게 배합하고 윗도리를 3겹 4겹 겹쳐 놓는 식으로 쇼윈도의 디스플레이를 멋지게 한다.

패션거리 토리부오니에 있는 현대적인 패션 가게들은 모두 오래된 대저택들에 자리 잡고 있다. 오래 전에 돌로 지은, 웅장한 대저택에 디스플레이 된 현대적인 피렌체 패션을 보면서 ‘과거와 현재의 스타일의 합’(合)을 만들 줄 아는 이 도시야말로 스타일의 도시라는 생각을 굳혔다. 

유산을 돈으로 환산하는 도시

“문화유산을 돈으로 환산할 줄 안다”는 반 야유의 칭찬을 듣는 피렌체 사람들은 광장에서 행사를 자주 벌인다. ‘동네 마라톤’, 이탈리아어를 문학어로 굳힌 단테 시 낭송회, 교육정책 항의 시위 등을 한다. 행사가 벌어지면 오래 된 도시 피렌체는 살아있는 도시로 변했다.

피렌체 여행을 통해 여행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이해의 여정이기도 함을 깨달았다. 멀쩡한 표정으로 틈만 나면 속이려 들지만 마음 저 깊은 속까지는 나쁠 리 없다고 믿고 싶은 피렌체 상인들의 강한 ‘r’ 발음이 거북하지 않게 느껴진 것은 여행을 마칠 무렵이었는데, 그때서야 느려 터진 삶을 살아가는 피렌체인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은 오전 10시 훨씬 넘어서 가게 문 열고, 12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시에스타’라며 가게 문 닫고 오후 5시나 되어서야 겨우 가게 문을 다시 열었다가 오후 7시 되면 가게 문을 닫는 식으로 사는데 그런 삶의 방식은 ‘일, 돈, 직업’보다 ‘삶, 행복, 여유’를 선택했기 때문이었음을 완전히 이해하게 되었다.

(언론인권센터 회보 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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