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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을 춘다

사무처 25시 

윤여진 | 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
   

                                                             


너무나 이쁜 눈들이

‘청소년미디어인권캠프’를 담은 동영상이 오늘 사무실에 도착했다. 멋지게 만든 동영상 속에서 청소년들이 나타나 다시 나에게 말을 거는 것 같다.

일본에서 온 세령이, 외톨이로 지내던 영수, 매사에 적극적이던 예진이 등 32명의 청소년들과 지낸 2박 3일이 마치 어제 일처럼 느껴진다.

사실 청소년캠프를 조직하는 일은 사무처로서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러나 새로 합류한 미디어교육팀장님의 의욕과 너무나 예쁜 눈을 가진 어린 친구들과의 만남이 모든 어려움을 잊게 만들었다. 

"여기가 편집실 인가요?"

사무처의 시계는 주간통신을 발송하는 화요일 오전부터 시작하여 주간통신을 마감하는 월요일 밤까지를 한 주기로 삼아 돌아간다. 지난 1년여 사이에 우리 활동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분들이 많아진 것이 무엇보다 실감난다. 감각적이고 속도감이 나는 주간통신과 형식이 반듯하고 내용이 다양한 회보가 큰 역할을 했다.

“이사장님 우리가 어떻게 ‘시사인’같은 잡지를 만드나요?”

“윤 처장, 시민단체 회보는 대강 만들어도 되나요? 프로가 되겠다는 각오로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내가 있는 동안은 매사에 소홀하거나 안주하는 것은 참기 어렵습니다.”

“사무처도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무처가 편집실은 아닙니다.”

이사장님과 호기롭게 치열하게 대화를 나누었지만 내 안에서는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의 활동을 프로답게 알린다는 것을 왜 자신 없어 하는 거지…’

이사장님의 자극이 결실을 보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겠다.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이제는 이사장님의 뜻을 잘 따라 가는 김예린 홍보팀장의 노고가 크다. 그녀는 지금도 월요일 밤, 아니 화요일 새벽의 기운까지 불어넣은 주간통신을 만드느라 조용히 움직이고 있다. 

사무처의 삶이란? 

언론피해구조본부를 맡고 있는 송여진 간사가 상담전화를 받는다.

“재개발지역이 잘못된 언론보도로 피해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되셨다구요. 집단소송을 생각하신다면 피해를 입은 내용을 구체적으로 증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전화만 오면 “저희 처장님 바꿔드리겠습니다”는 말만 되풀이하던 송 간사가 언론피해예방교육을 쫒아 다니고 상담사례집을 열심히 들추더니 이제는 꽤 능숙해졌다.  

우이동 자락에서 열린 회원워크샵에서의 일이다. 언론인권센터 위원들과 신입회원들이 늦은 밤까지 술잔을 나누며 돈독한 친분을 쌓고 있었다. 그런데 ‘언론인권교육10강’을 수료한 대학생 신입회원이 갑자기 눈물을 글썽이는 것이다.

“미디어교육을 받으면서 제가 얼마나 편하게 살았는지를 알게 되었어요. 지금 제가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하는 것이 너무 부끄러워요.”

잠깐 당황스러웠지만, 그 친구를 꼭 안아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나를 필요로 하는 삶을 살고자 한다면 정말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을 것이에요.”  

사무처의 하루는 정신없이 작동한다. 여러 종류의 회의(언론피해구조본부 실행위원회, 미지별 실행위원회, 모니터회의, 운영위원회, 회보편집회의, 사무처회의 등)가 하루건너 열린다.

교육 사업은 확장되었다. 대안언론으로 성장하고 있는 1인미디어를 지원하는 사업도 사무처의 활동공간이 되었다.

그때그때 터지는 시국 문제, 언론 문제에 인권센터의 이름으로 대처하고 대응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런 모양을 보고 가끔 이사장님은 농담을 던진다. “윤 처장 또 칼춤 춰요?” 

시절이 바뀌었다

본래 회사 홍보실에서 사보발간 일을 하다가 언론인권센터로 옮겨 미디어운동을 시작한 셈인데, 차츰 넓어져 가는 눈으로 언론인권센터의 역할이 무엇인지, 할 일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묻고 대답하고 있다. 

이제 시절이 바뀌었다. 그래서 시민단체의 진실하고 전문적인 역할이 더 절실하다. 치우침 없이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역할이 우리에게 주어진 일이다.

비록 박봉과 격무에 시달리고 있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 있다. 그 뜻으로 만난 사람들이 언론인권센터 사무처를 지키고 있다. (언론인권 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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