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게임 끝났어요
- Posted at 2008/06/13 11:29
- Filed under 시사
최동규
민심은 판정을 내렸으나 머슴이 말을 안 들어
당구장에서 게임 끝나면 “여기요, 다이 났어요”라고 한다. 당구장 가본 사람은 알 것이다. 이 말은 당구대(다이) 비었다는 얘기이다. 게임 오버라는 의미이다. 그런데도 당구큐대 안내려놓고 미적대면서 공짜 당구 치는 손님이 있다. 매너 ‘황’이다. 이런 사람을 ‘진상’이라고 한다.
6월 10일 백만의 시민이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이명박 퇴진을 외쳤다. 말이 백만명이지, 이미 민심은 판정을 내린 것이다. 한마디로 상황 종료이다. 여기도 다이 났다. 청와대(다이)... 그런데 아직도 큐대를 안내려놓고 미적댄다. ‘진상’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리고 대통령은 주인인 국민을 모시는 머슴이다. 그런데 머슴이 국민 말을 안 듣고 있다. 명박산성을 쌓아놓고 주인과 한판 하자고 덤비고 있다.
머슴의 목을 벤 황희 정승
이런 답답한 대목에서 교훈이 될만한 옛날 얘기 하나 하자.
황희 정승은 인자하기로 유명한 분이다. 그런데 젊은 시절의 그는 매서웠다. 아직 관직에 나서지 않았을 무렵, 한번은 처갓집에서 글을 읽고 있는데 바깥이 시끄러웠다. 나가보니, 그집 머슴 중 말 안듣는 왈패가 술주정을 부리고 있었다. 성질이 너무 사나와서 행패질이 한두번이 아닌 머슴이다.
그래서 다들 절절 매고 있는데, 황희 정승이 앞에 나서서 야단을 치니 머슴이 대들었다. 이에 황희가 ‘네 이놈, 자꾸 사고 치면 목을 벨 것이다’하니 머슴 왈 ‘베어보라’고 더 대들었다. 이에 황희 정승은 작두를 내오라고 했고, 머슴은 작두가 나오자마자 자기 머리를 스스로 작두 위에 올려놓고 ‘어디 잘라보라’고 악다구니를 쳤다. 모두들 숨을 죽이고 있을 때 황희 정승이 앞으로 나서더니 두 말 않고 작두로 싹둑 잘랐단다. 눈 깜짝할 사이에... 다음부터 모두가 마음 속으로 황희를 두려워했다고 한다.
당시에는 머슴을 해쳐도 타당한 이유가 있으면 큰 벌을 받지 않던 시절의 일이니깐 그렇다 치고, 중요한 것은 말 안듣는 머슴은 말로 해봐야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게임이 끝났다고 시민이 아무리 외쳐도,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아무리 야단 쳐도 이 나라의 머슴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있다. '개구리 낯짝에 물 붓기‘라는 속담이 있다. 원래 물에 사는 개구리는 물을 부어봐야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는 얘기이다. 지금이 그렇다.
재협상 하라니깐 재협상은 절대 안된다면서 주인이 시키지도 않은 추가협상 한답시고 나부대고 있다. 도대체 이 머슴들은 누가 주인인지 모르겠다. 우리집 머슴이라기 보다는 옆집 정승집 머슴인 것 같다. 자기 나라 국민 말은 안듣고 미국 눈치 보기 바쁘다.
국민투표 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므로 일단 버티고 보자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그러나 한번 떨어진 지지율은, 그것도 한계선을 넘어서 바닥까지 추락한 지지율은 제갈공명도 어쩌지 못한다.
박근혜랑 손 잡으면 지지도 회복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고민하는 모양새도, 국민은 아랑곳 하지 않는 현정부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미 끝장난 정부는 보수세력을 자기 중심으로 아무리 뭉쳐놓으려고 해도 뭉쳐지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내부의 경쟁자들이 자기를 공격하는 일만 남은 상태가 되는 것이다. 앞으로 제2, 제3의 정두언 사태가 발생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국민의 말을 안듣는 현정부를 강제하는 수단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국민투표가 가장 중요한 수단일 것이다. 재협상에 대한 국민의 의견을 직접 묻고, 투표 결과에 따르도록 하자는 것이다. 물론 압도적 국민이 재협상을 원한다면 재협상을 반대한 머슴의 퇴진까지도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그것까지 연계시키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적어도 추가협상이냐 재협상이냐는 문제에 대해서는 국민투표를 거쳐서 정책을 결정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편, 퇴진하면 그것 보다 좋은 일이 없겠으나 스스로 퇴진할 것 같지는 않다. 또한 아직은 그것을 강제할 법적 장치가 없어서, 당장 관철시키기는 어렵다. 따라서 그런 장치를 만드는 과정을 선행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예컨대 대통령과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 소환제 등이 그것이다.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한 국민 소환제는 잘도 만드는 국회가 대통령과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 소환제 등 직접 참여 방안은 제도화하지 않고 있는데, 이번 기회에 이런 제도를 만들도록 강제하는 것이, 다음 단계 운동 - 즉 (제1머슴) 해고 운동을 위해서도 좋다.
'조중동이 신문이면 나는 김태희'
지금의 촛불집회는 한편으로는 국민투표 운동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머슴 해고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운동으로 전개됨과 동시에 우리나라의 거짓과 허위체계를 약화시키는 운동으로도 발전해야 한다.
집회현장에 나붙는 탁월한 표현 중에서도 우수작인 ‘조중동이 신문이면 나는 김태희’라는 말처럼, 그동안 암초였던 조중동의 실체가 낱낱이 드러나고 대중적 영향력이 거세되고 있다.
그래서 촛불집회 과정은 쇠고기 재협상이라는 문제를 뛰어넘어, 우리나라의 온갖 특권적 허위덩어리들 - 조중동, 한나라당 등 -의 실체를 밝혀내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번 운동은 단기간에 끝장 보려기 보다는 우리사회 특권층의 본질을 폭로하고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관점에서 지속적, 장기적으로 전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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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문제 - 재협상만이 답이다.
Tracked from 이카루스의 작은날개 2008/06/13 12:04 Delete이명박 정부가 쇠고기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재협상 대신 추가협상을 하겠다고 하며, 김종훈 통상 교섭 본부장을 미국에 파견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현재 국민들께서 재협상과 추가협상의 차이점과 그 효력에 있어서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계시고, 더하여 '실질적으로 재협상에 준하는 결과를 가져올 추가협상을 벌이는 것'이라는 논리를 시원하게 반박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합니다(어제 100분 토론에서 조차 이 부분이 힘있게 논파가 되지 못한듯 합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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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의 힘
Tracked from 상우일기 2008/06/13 19:34 Delete<촛불의 힘> 2008.06.11 수요일 저녁 시간, 마루에 앉아 여느 때처럼 텔레비전 뉴스를 보았다. 먼저 수많은 사람이 서울 시내에 모여, 붉은 팻말을 들고, 촛불을 들고 촛불 든 손을 물결 치듯 흔들며 행진을 하였다. 그다음 장면은 전경들이 전경 버스 위에서 돌진하는 시위대를 향해 분말 소화기를 쏘아대고, 사람들을 방패로 내리찍고, 넘어진 사람들의 머리와 몸을 발로 내리밟는다. 그리고 시위대 중 몇몇 건장한 아저씨들이 냉장고 크기의 스티로폼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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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신임은 안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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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신임하기에는 이미 국민과는 너무 멀리 떨어져버린 정부입니다. 완전히 새판을 다시 짜는 수 밖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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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백 감사합니다만, 전혀 주제가 다른 글에 트랙백을 다셨더군요. 바꿔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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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가 있었던 것 같은데 여기서 트래백 지웠지만 그대로 남아있네요... 님의 블로그에서 지워야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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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삭제했습니다. 힘들여 트랙백 달아주셨는데...... 어쨌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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