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숙 / 청소년교육전략21연구소 소장

교실 무기력 좌절감 불러

학교의 교육전문가들은 아이들의 교실 무기력에 두 손 두 발을 든 상태입니다.

어떤 이야기를 해도, 심지어 웃겨보려 해도 무반응인 아이들 모습에서 엄포도 놓아보고, 야단도 쳐보았지만 이제는 오히려 무감각해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의 좌절감을 참아내기 어려우니까요. 

집안의 부모님들은 아이들의 무질서에 안달을 하고 있습니다. 책상, 옷장, 방바닥까지 널려있는 책과 벗어던진 양말짝과 속옷까지...... 부모 희생 참아가며 자기 장래를 위해서 공부하라는데, 옆에서 보기에는 늘 신통치가 않습니다. 뭘 해 보려는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아이가 속을 끓입니다.  

동네의 어른들은 아이들의 무질서와 의식 없음에 혀를 내두릅니다. 어른을 보고도 존경심이라고는 손톱만큼도 보이지 않고,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 하며, 옷 입은 꼴에 걸음걸이하며, 다리는 왜 그렇게 건들거리는지, 가끔씩 침까지 뱉어대는 모습에 한마디 하고 싶어도 괜히 우세 살까봐, 위신만 더 구길까봐 허탈하게 돌아섭니다. 덩치들은 왜 그렇게 빨리 크는지, 솔직히 조금은 무섭기도 합니다.  

촛불집회 아이들 기발함과 생동감의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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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


지금 우리 아이들은 저녁이면 광화문에 모입니다. 들고 있는 피켓들도 제각각입니다. ‘촛불아 모여라 될 때 까지 모여라’, ‘미친 소 너나 먹어’. ‘사주가 아니라 자발이다’....

기발함과 재치를 무기로, 생기와 원칙을 지원부대로 하는 촛불문화제에서는 눈치 보기나 무기력, 소외감, 수동성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어른들 앞에서 주눅 들거나 눈길을 피하는 모습도 없습니다. 알아서 질서를 지키며, 약한 여자아이나 덩치 큰 남자 아이나 힘을 가지고 어찌해 보려는 모습을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아이들이 중심이 되어 모여 앉은 곳에서는 시위현장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기발함과 참신함, 거리낌 없는 자유와 자신감이 보는 이를 흥겹게 합니다. 얼굴표정, 피켓문구를 읽는 것만으로도 즐겁습니다. 개인이나 집단의 이기주의, 감추어 보려 해도 삐어져 나오는 정치적 색채들 같은, 보는 사람에게 불편함을 주는 어떤 것도 느껴지지 않고 그야말로 축제에 참가한 기분입니다. 

생명력과 진실함이 없는 교육 현장

교육을 포함해서 어른세대가 아이들에게 수여하는 것들에는 생명력과 진실함이 없습니다. 원하지 않는 아이들을 업고서 헉헉대며 살아가는 어른들만 보입니다.

심지어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교실에서조차도 아이들과는 관련 없는 ‘외워야 할 과제’만 머리 위를 떠다닙니다. 

부모님이나 어른들 세대의 모든 이야기가 아이들에게는 그렇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시민의식, 참여의식, 양보나 배려, 관용성이나 평화 같은 주제들은 단순히 암기할 내용이지 자기와는 관계없는 이야기로 들릴 수 있습니다. 현 정부의 관료조직만 보더라도 법으로 금지된 세금포탈, 땅 투기, 학력위조, 논문표절 등 아이들이 범죄행위라고 배운 것들로 돈을 벌고 명예를 얻은 사람들이 사회의 지도자로 자리 잡고 있는 세상입니다. 그것이 어른들이 보여주는 아이들이 살아가는 실제 세상의 모습입니다. 돈이 많은 것은 죄가 아닙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돈이 많은 사람들, 잘 사는 사람들 중 어느 정도가 정직과 성실, 근면과 열정, 창의력 같은 아이들이 배우는 내용대로 돈을 번 사람들일까요?  

배운대로 살아서는 인생이 고달프구나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가르치는 것만 배우지 않습니다. 오히려 피부로, 온 몸으로 느끼면서 배우고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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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말배우기를 할 때도 어른들이 열심히 가르치는 ‘엄마’, ‘아빠’는 그렇게 어렵게 배우면서 어디서 한 두번 들은 욕은 금방 따라 해서 어른들을 당황스럽게 만듭니다.  

청소년의 사회참여에 대해서, 민주사회의 시민이 가진 사상과 표현의 자유도 아이들이 외워야 하는 지식 속에서만 갇혀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자기들이 아는 지식은 시험볼 때 외에는 쓸모없는 것이거나 심지어 해로운 것으로 알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이들이 배운 대로 실천하는 순간 이상한 이야기를 합니다. ‘배후세력이 있다.’, ‘조종을 받는다.’, ‘놀 꺼리가 부족해서 즐기러 모였다.’. 심지어 ‘잡아가두겠다’고도 했습니다. 

“솔직하라고 말하면서 어른들이 말할 때는 ‘네’라고 하는거라고” 강요하고,

“반폭력을 가르치면서 맞지 말고 때리라고” 말하던 우리 어른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픕니다.

아이들은 ‘배운 대로 살아서는 인생이 고달프구나.’하는 것만 느낀 채로 2008년의 5월을 보내야 할까요?  

지금이라도 우리의 아이들과 솔직하고 진실한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습니다.
내 모습이 부끄럽고 미안하기는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이야기를 시작하자고 제안하고 싶습니다.
 

세상이 나아지고 있다는 믿음을 준 자랑스런 청소년들..

그래서 앞으로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겠다는 각오로 첫마디를 시작하겠습니다.

“나는 정말로 대한민국의 청소년 여러분이 자랑스럽습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미안합니다. 이쪽저쪽 눈치 보느라 밥상의 위험이 싫다는 말조차 제대로 못했습니다. 너무나 사랑하는 내 가족들이 아무것도 모른 채 미친 소를 먹었을 수도 있는데, 여러분들이 앞장서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제 여러분들이 조금 더 신명나게, 마음에서 우러나서 사회를 위해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미친 소, 미얀마와 중국의 자연 재앙들, 물가상승과 내일에 대한 불안감...... 이런 암울한 시기에 여러분들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원칙들, 어울리는 문화, 거침없는 순수함 같은 것들이 5월의 햇살을 눈부시게 만들고, 세상이 더 나아지고 있다는 믿음을 주었습니다. 스승의 날인 오늘......” (5.15)

* 사진 출처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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